
갑작스러운 부고, 슬픔보다 ‘얼마 내야 하지?’라는 고민이 앞서나요? 직장 동료, 친구, 거래처 등 관계별 적정 부의금 액수와 최근 물가를 반영한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3, 5, 7 홀수의 법칙부터 봉투 작성법까지, 실수 없이 마음을 전하는 법을 확인하세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결혼식 청첩장만큼이나 자주, 어쩌면 더 갑작스럽게 마주하는 것이 바로 ‘부고(訃告)’ 소식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 가장 크겠지만, 솔직히 ATM기 앞에서 머뭇거린 경험 다들 있으시죠?
“친하긴 한데 밥은 따로 안 먹는 사이인데…”, “거래처 담당자인데 얼마가 적당하지?”
저 역시 사회초년생 시절, 팀장님 부친상에 얼마를 해야 할지 몰라 옆 자리 선배에게 조용히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식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룰’이라 불리던 금액대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애매한 관계를 명쾌하게 정리해 드리는 관계별 부의금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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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금, 왜 ‘홀수’로 내야 할까?
금액을 정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홀수’입니다. 우리 전통 예법에서는 음양오행설에 따라 홀수를 양(陽), 짝수를 음(陰)으로 여깁니다.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양의 기운인 홀수 금액을 넣는 것이죠.
- 가능한 금액: 3만 원, 5만 원, 7만 원
- 예외적인 짝수: 10만 원, 20만 원, 30만 원 등 딱 떨어지는 숫자는 3과 7이 합쳐진 ‘꽉 찬 숫자’로 보아 길한 숫자로 인정합니다.
- 피해야 할 금액: 9만 원 (아홉수, 불길함), 40만 원 (죽을 사(死) 연상)
관계별 적정 부의금 가이드 (최신판)
최근 장례식장 식대가 1인당 2만 원을 훌쩍 넘는 곳이 많아지면서, 예전의 ‘3만 원’ 기준은 사실상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본인의 경제적 상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보편적인 사회적 통념을 정리해 드립니다.
1. 5만 원: “알고 지내는 사이, 직장 동료”
가장 일반적이고 무난한 금액입니다. 서로 얼굴은 알고 지내지만 사적으로 만나지는 않는 정도의 거리감일 때 적합합니다.
- 같은 회사지만 부서가 다른 동료
- 가끔 연락하는 동창이나 지인
- 내 경조사에 5만 원을 냈던 사람 (받은 만큼 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보냈던 사이
👉 요즘 추세: 예전엔 얼굴만 아는 사이면 3만 원도 괜찮았지만, 요즘은 3만 원을 내고 밥을 먹고 오면 오히려 눈치 보일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최소 5만 원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2. 10만 원: “친한 친구, 직속 상사, 가까운 친척”
슬픔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고, 평소 교류가 잦은 관계라면 10만 원이 적당합니다.
- 같은 부서 팀원이나 직속 상사
-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 모임 멤버
- 업무적으로 밀접한 관계의 거래처 담당자
- 친척 관계 (왕래가 있는 경우)
3. 15만 원 ~ 20만 원 이상: “절친, 가족 같은 사이”
사실 이 단계부터는 금액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형편이 닿는 선에서 최대한 성의를 표하는 구간입니다.
- 둘도 없는 ‘찐친’ (보통 20~30만 원, 혹은 친구들끼리 모아서 조화 화환을 보내기도 함)
- 가까운 친인척
- 과거에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은인
4.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라면?
아직 수입이 없는 학생이나 취준생이라면 3만 원 또는 5만 원으로도 충분합니다. 상주 입장에서도 학생이 무리해서 큰돈을 내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먼 길을 와주어 자리를 지켜준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워할 것입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부의금 낼 때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돈만 넣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장례식장 예절은 사소한 것에서 그 사람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1. 새 돈(신권)은 피하세요
결혼식 축의금은 깨끗한 새 돈을 준비하는 것이 예의지만, 장례식은 반대입니다. 신권은 ‘이 일이 일어나길 기다렸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 돈밖에 없다면 한두 번 접어서 헌 돈처럼 만든 뒤 봉투에 넣는 것이 전통적인 예절입니다.
2. 봉투 이름 쓰는 법
보통 장례식장에 봉투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봉투 뒷면 왼쪽 하단에 이름을 세로로 적습니다. 소속(직장명, 동호회명)이 있다면 이름 오른쪽에 작게 적어주면 상주가 나중에 정산할 때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3. 봉투 입구는 접지 않습니다
‘노잣돈으로 편하게 쓰시라’는 의미, 혹은 ‘저승 갈 때 막힘없이 가시라’는 의미에서 부의금 봉투 입구는 풀칠을 하거나 접지 않고 열어두는 것이 관례입니다.
금액보다 중요한 건 ‘위로’입니다
지금까지 관계별 부의금 액수에 대해 정리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액수의 크기가 아니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의 눈빛입니다.
사정상 직접 조문을 가지 못해 계좌이체를 하더라도, “직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가 상주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고민은 짧게 하시고, 진심을 담아 다녀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