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옆자리 사람이 쓴 뿔테 안경이 사실은 카메라일 수 있습니다. AI 기능을 단 스마트 안경이 빠르게 늘면서 생긴 새로운 걱정입니다. 몰래 촬영 피해가 잇따르고, 시험장에서는 안경으로 답을 묻는 부정행위까지 나왔습니다. 9월 말 기준으로 드러난 사례와 법 쟁점, 그리고 일반인이 알아둘 대처법을 정리했습니다.
스마트 안경, 왜 지금 사생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스마트 안경은 겉보기엔 평범한 안경입니다. 하지만 안경테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가 들어 있습니다. 음성으로 사진을 찍고, AI에게 눈앞의 장면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AI 글라스 출하량은 870만 대였습니다. 1년 전보다 322%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메타 제품이 85.2%를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찍히는 사람이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은 들어 올리는 동작이 보이지만, 안경은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해외에서는 ‘변태 안경’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몰래 찍고, 시험장에선 답을 묻는다
해외에서는 낯선 여성에게 말을 거는 장면을 몰래 찍어 SNS에 올리는 영상이 논란이 됐습니다. 영국 BBC 조사에서는 피해자들이 촬영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증언했습니다. 일부 영상은 수백만 회 조회됐고, 연락처나 직장까지 드러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사례가 나왔습니다.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상대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을 AI 글라스로 찍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을 몰래 찍은 승객 사례도 전해졌습니다.
시험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4월 전주에서 치러진 텝스 시험에서 AI 안경을 쓴 응시자가 적발됐습니다. 감독관이 안경을 자꾸 만지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것이 계기였습니다.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는 이 응시자에게 4년 응시 제한을 통보했습니다.
5~6월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도 5건이 적발됐습니다. 이 중 5월 광주 소방설비기사 시험 응시자는 국가기술자격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됐습니다. AI 안경 부정행위가 사법 처리된 국내 첫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토익에서도 5~6월 3명이 잇달아 적발됐습니다.

수능도 스마트 안경 반입 금지, 부정행위 땐 응시 제한 검토
2027학년도 수능은 11월 19일에 치러집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시행세부계획에 스마트 안경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명시했습니다. 휴대폰·스마트워치처럼 통신 기능이 있는 물품은 쓰지 않더라도 가져가면 안 됩니다.
처벌 수위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 초 라디오 인터뷰에서 AI 안경 사용은 단순 소지보다 고의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최소 2년 응시 자격 박탈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구체적 기준은 11월 수험생 유의사항에서 확정될 예정입니다.
감독도 강화됩니다. 교육부는 10월 중 감독관용 식별 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안내할 계획입니다.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논술·면접 유의사항에 스마트 안경 반입 금지를 넣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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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표시등은 충분한 안전장치일까
메타 레이밴 안경에는 촬영 중 켜지는 작은 LED 표시등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지금 찍고 있다”고 알리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불빛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표시등을 스티커로 가리거나 개조하는 방법도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메타는 7월 의무 업데이트를 내놓았습니다. 표시등이 물리적으로 훼손된 기기는 카메라 기능을 영구히 막는 방식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약 7,000대가 대상이 됐고, 이는 판매량의 0.1% 미만입니다. 표시등을 잠시 가리면 촬영이 멈추지만, 가림을 치우면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전문가 평가는 엇갈립니다. 호주 매쿼리대의 한 사이버보안 교수는 표시등을 허술한 안전장치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제조사 장치만으로는 스마트 안경 악용을 막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해외에서는 법정·공연장 등에서 반입을 막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스마트 안경 촬영, 국내 법으로 보면
가장 무거운 법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입니다. 카메라나 이와 비슷한 기계장치로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신체를 몰래 찍으면 처벌됩니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스마트 안경도 ‘유사한 기계장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촬영이 이 조항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찍힌 부위와 노출 정도, 장소와 각도, 의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성적인 촬영이 아니라면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 책임을 묻는 쪽이 됩니다. 동의 없이 퍼뜨리거나 판매하면 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도 있습니다. 업무 목적으로 이동형 영상기기를 쓰는 사람은 촬영 사실을 불빛·소리 등으로 알려야 합니다. 어기면 5,000만 원 이하 과태료입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업무 목적 촬영을 전제로 해, 개인의 일상 촬영까지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스마트 안경 대처 체크리스트: 찍힌 것 같을 때, 내가 쓸 때
찍힌 것 같을 때
- 안경테 모서리의 작은 불빛과 렌즈 옆 카메라 구멍을 확인합니다.
- 가능하면 정중하게 촬영 여부를 묻고 삭제를 요청합니다.
- 불안하면 자리를 피하고 시간·장소·인상착의를 메모해 둡니다.
- 신체를 찍힌 것으로 의심되면 112에 바로 신고합니다.
-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에 삭제 지원을 요청합니다. 상담과 삭제 지원은 무료입니다.
- 블루투스 신호로 주변 스마트 안경을 알려 주는 앱도 나왔습니다. 다만 실제 촬영 여부는 알 수 없어 참고용입니다.
내가 쓸 때
- 사람을 찍기 전에는 먼저 알리고 동의를 받습니다.
- 화장실·탈의실·병원·목욕탕에서는 벗거나 전원을 끕니다.
- 촬영 표시등을 가리거나 개조하지 않습니다.
- 모르는 사람이 나온 영상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SNS에 올리지 않습니다.
- 시험장·법정·공연장 등은 반입 규정을 미리 확인합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라면 스마트 안경은 아예 집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반 안경을 쓰더라도 시험 당일 감독관이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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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의 값은 ‘보이는 촬영’에서 시작된다
스마트 안경은 길 안내, 번역, 시각장애인 보조처럼 쓸모가 분명한 기술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막기보다 규칙을 세우는 쪽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수능 제재 기준과 국가자격시험 규칙 개정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그 전까지는 쓰는 사람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찍을 땐 드러내고, 민감한 곳에선 벗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스마트 안경이 ‘변태 안경’이라는 오명을 벗을지는 결국 사용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그 눈이 향한 곳, 전부 다 찍혔다…AI 안경 부작용 – 머니투데이
- AI 안경으로 성관계 몰카·시험 부정행위…규제는 뒷북 – 매일신문
- AI 스마트 글라스 커닝 비상에…교육부, 수능 반입 금지 품목 명시 – 매일신문
- 수능 AI안경 사용시, 응시자격 최소 2년 박탈될 듯 – 노컷뉴스
- 텝스에서도 AI 안경 부정행위 적발 – 국민일보
- AI 안경 끼고 국가자격시험 본 40대男 적발 – 서울신문
- 스마트글래스 시대, 보이지 않는 카메라와 불법촬영의 경계 – 시선뉴스
- Meta Bricked Thousands of Ray-Ban Glasses Cameras – Android Headlines
- 변태안경 오명 쓴 스마트 글라스…감지앱까지 등장 – 더스쿠프
- 신고, 상담 및 삭제요청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