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러도 송편은 또 들어가는 이유, '디저트 배'의 과학과 추석 과식 줄이는 법

배불러도 송편은 또 들어가는 이유, ‘디저트 배’의 과학과 추석 과식 줄이는 법

추석 연휴 상차림을 물린 뒤에도 송편 접시에는 또 손이 갑니다. 흔히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말하죠. 농담처럼 들리지만, 과학자들은 이 말에 꽤 그럴듯한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배가 부른데도 단 음식이 당기는 이유는 위가 아니라 뇌에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저트 배를 설명하는 두 가지 연구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명절 과식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현실적인 요령을 정리했습니다.

디저트 배, 뇌에서 스위치가 켜진다

독일 쾰른의 막스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 연구팀이 이 현상을 파고들었습니다. 헨닝 펜젤라우 박사가 이끈 연구로, 2025년 2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쥐에게 하룻밤 굶긴 뒤 일반 사료를 90분 동안 먹였습니다. 그다음 30분 동안 설탕이 든 먹이를 주었습니다. 쥐들은 이미 배가 불렀는데도 설탕 먹이를 계속 먹었습니다.

열쇠는 ‘POMC 신경세포’였습니다. 원래 “이제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는 세포입니다. 그런데 배부른 상태에서 설탕을 먹으면 이 세포가 몸속 마약성 물질인 β-엔도르핀도 함께 내보냈습니다.

β-엔도르핀은 보상감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배가 불러도 단 것을 더 먹게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경로는 설탕을 먹기 전, 설탕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켜졌습니다.

디저트 배, 뇌에서 만들어진다 — 막스플랑크 연구팀, 2025년 2월 『사이언스』 발표 / 배부른 쥐가 설탕을 먹을 때 β-엔도르핀 분비 / 이 경로를 막자 배부른 쥐는 설탕 추가 섭취 줄여

왜 단 것만 디저트 배가 따로 있을까

이 경로는 일반 사료나 기름진 먹이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설탕에 특히 강하게 반응했습니다. 연구팀이 이 경로를 막자 배부른 쥐는 설탕을 더 먹지 않았습니다. 반면 굶은 쥐에게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펜젤라우 박사는 진화의 관점에서 이를 풀이했습니다. 자연에서 설탕은 귀하지만 빠르게 에너지를 줍니다. 그래서 뇌가 단것이 보이면 일단 챙겨 먹도록 짜여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자원자에게 관으로 설탕물을 넣으며 뇌를 촬영했습니다. 쥐와 같은 뇌 부위(시상)가 설탕에 반응했습니다. 이 부위에는 포만감 신경 가까이에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많습니다.

다만 사람 실험은 뇌 반응을 확인한 수준입니다. 사람의 디저트 배가 쥐와 똑같이 작동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연구팀도 비만 치료에 활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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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상차림이 과식을 부르는 이유, 감각 특정 포만감

디저트 배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감각 특정 포만감’입니다. 한 가지 음식을 계속 먹으면 그 음식만 점점 덜 맛있게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이 개념은 1981년 바버라 롤스 연구팀의 실험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참가자들이 한 음식을 배불리 먹은 뒤 여러 음식의 맛을 다시 평가했습니다. 먹은 음식의 선호도가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먹지 않은 음식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유지됐습니다.

같은 해 나온 후속 실험은 더 직접적입니다. 샌드위치 속을 네 가지로 주자, 한 가지만 줄 때보다 3분의 1가량 더 먹었습니다. 맛·식감·색이 다른 요구르트를 줄 때도 섭취량이 늘었습니다. 반면 맛만 조금 다른 요구르트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추석 상차림을 떠올려 보면 딱 이 상황입니다. 전, 갈비찜, 잡채를 먹고 나면 짭짤하고 기름진 맛에는 물립니다. 그런데 쫄깃하고 달콤한 송편은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집니다. 디저트 배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숫자로 보는 추석 디저트 배 — 약 50kcal 송편 1개 평균 열량 / 약 300kcal 송편 6개, 밥 한 공기와 비슷 / 약 120kcal 약과 1개 평균 열량 / 약 1/3 더 샌드위치 속 4가지일 때 늘어난 섭취량

추석 과식 줄이는 현실적인 요령 다섯 가지

코메디닷컴 보도에 따르면 송편은 1개에 약 50kcal입니다. 6개면 약 300kcal로 밥 한 공기와 비슷합니다. 약과는 1개에 약 120kcal, 식혜는 200g에 약 140kcal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명절 음식을 참기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 연구 내용을 생활에 옮겨 보면 이런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먹는 순서 바꾸기: 나물 같은 채소를 먼저, 고기 같은 단백질을 다음에 먹습니다. 송편과 밥은 마지막에 먹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 디저트는 한두 가지만: 종류가 많을수록 더 먹게 되기 쉽습니다. 송편, 약과, 과일 중 먹고 싶은 것만 고릅니다.
  • 먼저 덜어 두기: 먹을 송편 개수를 정해 작은 접시에 덜어 두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눈앞에서 치우기: 쥐 실험에서는 단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뇌가 반응했습니다. 식사 뒤에는 떡 접시를 시야 밖으로 옮겨 봅니다.
  • 식혜 대신 따뜻한 차: 달콤한 음료 대신 차를 마시면 당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당뇨병처럼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은 평소 의료진 안내를 먼저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위 요령은 일반적인 생활 팁일 뿐,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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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배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뇌의 설계

배불러도 송편이 들어가는 건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닙니다. 설탕을 반기는 뇌의 보상 회로와 새로운 맛에 끌리는 본능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디저트 배는 오래된 생존 전략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원리를 알면 대처도 쉬워집니다. 디저트를 끊기보다 순서와 양, 종류를 조절해 보세요. 이번 추석 연휴에는 송편 몇 개를 천천히 음미하며 즐겨 보면 어떨까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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