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자주 아프고 설사가 잦으면 대부분 “장이 예민해서”라고 넘깁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몇 달씩 이어진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한 번쯤 떠올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서양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아시아에서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국제 학술지에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의 100년 흐름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이 신규 환자 급증을 지나 환자가 쌓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 내용과 국내 통계, 의심 증상을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 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병입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입니다.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 병은 침범 범위가 다릅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에서 시작해 대장을 따라 번집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나 생길 수 있고, 장벽 깊숙이 염증이 생깁니다.
이번 논문은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실렸습니다. 캐나다 캘거리대와 중앙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한국·일본·중국·홍콩·말레이시아의 약 100년 치 역학 자료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100년 자료로 정리한 4단계 모델
연구팀은 산업화에 따라 이 병이 퍼지는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눴습니다.
- 1단계 출현기: 환자가 처음 보고되기 시작합니다.
- 2단계 발생률 가속기: 새 환자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 3단계 유병률 누적기: 신규 환자 증가는 느려져도 기존 환자가 계속 쌓입니다.
- 4단계 균형기: 전체 환자 비율이 안정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 한국은 2000년대에 2단계로 들어섰습니다. 중국과 홍콩은 2010년대, 말레이시아는 2020년대에 뒤따랐습니다. 한국은 현재 2단계 후반부로 평가됐습니다. 새 환자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기존 환자도 오래 치료받으며 전체 규모가 커지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숫자로 확인한 국내 염증성 장질환 증가세
국내 통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환자 수는 2018년 6.6만 명에서 2022년 8.7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2020~2024년 연평균 증가율은 7.1%로 집계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진료 환자는 9만6760명입니다. 2020년 7만3598명과 비교하면 4년 사이 31.5% 늘었습니다. 2024년 기준 환자의 62.4%는 남성이었습니다.
젊은 층 비중이 크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20대 17.1%, 30대 19.3%, 40대 17.1%로 20~40대가 절반을 넘습니다. 한창 일하고 공부할 나이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을 얻는 셈입니다.
이번 논문에 담긴 한국 자료에서도 유병률은 크게 올랐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궤양성 대장염은 2010년 31.6명에서 2018년 65.5명이 됐습니다. 크론병은 같은 기간 15.1명에서 32.7명으로 늘었습니다.

왜 늘었을까, 거론되는 요인들
환자가 왜 이렇게 늘었는지는 아직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연구팀과 전문가들이 거론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구화된 식습관: 가공식품과 고지방 식사가 늘어난 변화
- 생활환경과 위생 수준의 변화: 어릴 때 미생물에 노출되는 환경이 달라진 점
- 영유아기 항생제 사용: 장내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
다만 이 요인들은 인구 집단의 흐름에서 관찰된 연관성에 가깝습니다. 어떤 음식 하나가 이 병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유전적 소인과 면역 반응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캘거리대 길라드 카플란 교수는 동아시아의 흐름이 다른 신흥 산업화 지역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국내 연구진은 조기 진단 인프라와 다학제 진료, 고가 치료제의 합리적 급여 정책 같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염증성 장질환 의심
염증성 장질환의 초기 증상은 흔한 장 트러블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진단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아래 증상이 뚜렷한 이유 없이 이어지는지 살펴보세요.
- 복통과 설사가 3개월 이상 계속되거나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
- 피가 섞인 변이나 점액변
-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미열, 빈혈
- 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증상
- 항문 통증, 치루나 항문 주위 고름(크론병에서 동반될 수 있음)
이런 증상이 있다고 모두 염증성 장질환은 아닙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이나 감염성 장염 등 비슷한 병도 많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증상이 지속되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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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
이 병은 한 번의 검사로 바로 확진하기 어렵습니다. 의료진은 증상의 경과와 대장내시경, 혈액검사, 조직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크론병은 소장을 보기 위해 CT나 MRI를 함께 쓰기도 합니다. 대변 속 칼프로텍틴 검사는 장 염증 여부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진단이 늦어지면 장이 좁아지는 협착, 구멍이 나는 천공, 누공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대장암 위험과도 연관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완치법은 없습니다. 대신 약물로 염증을 가라앉혀 증상이 없는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입니다. 전문가들은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진단받고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염증성 장질환, 늘어나는 만큼 빨리 알아채는 힘이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이제 드문 병이 아닙니다. 국제 연구와 국내 통계 모두 환자가 계속 쌓이는 흐름을 보여 줍니다. 젊은 환자가 많아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의 의료 부담에 모두 영향을 줍니다.
식습관과 생활환경 변화가 거론되지만, 원인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몸의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복통·설사·혈변이 몇 달씩 이어진다면 미루지 말고 소화기내과를 찾아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 이 글은 연구 결과와 공공 통계, 보도를 정리한 정보 글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참고 자료
- The trajectory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in east and southeast Asia –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 The trajectory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in east and southeast Asia – PubMed
- 아시아 덮친 염증성 장질환… 한국, ‘환자 폭증’ 단계 진입했다 – 하이닥
-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100년 분석···한국, 환자 급증 넘어 누적 단계 진입 – 메디칼업저버
- 통계로 보는 질병정보: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복통·설사·혈변에 체중 감소까지? 3개월 넘었다면 ‘이 병’ 의심 – 머니투데이
- 혈변·복통 있다면 염증성 장질환 의심 – 서울대병원
